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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비루한 식욕/나석중 본문
비루한 식욕
나석중
식욕 앞에서는 외로움과 슬픔에게 미안하다
외롭지 않기 위하여 밥을 많이 먹지 않고
괴롭지 않기 위하여 술을 좀 마시지 않는다*
허청허청 공복은 푹푹 꺼지는 검은 싱크홀
발동한 식욕 앞에 외로움이나 슬픔이란 것들
식후경으로 잠시 들이미는 낯익은 얼굴일 뿐
하늘에 염치없고 땅에 비루한 하루 세 끼니
때맞춰 엄습하는 식욕이 지겨울 때도 있지만
독거의 숟가락 곡기를 아주 끊고도 싶지만
내 오늘은 말 못할 서러움조차 꼭꼭 씹는다
⸻⸻⸻⸻⸻⸻
*최승자 시인의 「외롭지 않기 위하여」 중에서.
ㅡ시집 『외로움에게 미안하다』(2017. 11)
나석중 / 전북 김제 출생. 2005년 시집 『숨소리』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숨소리』 『나는 그대를 쓰네』 『촉감』 『물의 혀』 『풀꽃독경』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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