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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비루한 식욕/나석중 본문

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비루한 식욕/나석중

시낭송행복플러스 2017. 11. 22. 18:48



비루한 식욕

 

   나석중


 

식욕 앞에서는 외로움과 슬픔에게 미안하다

 

외롭지 않기 위하여 밥을 많이 먹지 않고

괴롭지 않기 위하여 술을 좀 마시지 않는다*

 

허청허청 공복은 푹푹 꺼지는 검은 싱크홀

발동한 식욕 앞에 외로움이나 슬픔이란 것들

식후경으로 잠시 들이미는 낯익은 얼굴일 뿐

 

하늘에 염치없고 땅에 비루한 하루 세 끼니

때맞춰 엄습하는 식욕이 지겨울 때도 있지만

독거의 숟가락 곡기를 아주 끊고도 싶지만

 

내 오늘은 말 못할 서러움조차 꼭꼭 씹는다

 

 

⸻⸻⸻⸻⸻⸻

*최승자 시인의 외롭지 않기 위하여중에서.

 

 

                   ㅡ시집 외로움에게 미안하다(2017. 11)



나석중 / 전북 김제 출생. 2005년 시집 숨소리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숨소리』 『나는 그대를 쓰네』 『촉감』 『물의 혀』 『풀꽃독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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