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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아픈 무릎이 아픈 손을 부르듯/이화은 본문
아픈 무릎이 아픈 손을 부르듯
이화은
무심히 밑줄을 그으며 책을 읽는 나를
남편이 또 무심히 바라본다 나는
남편의 뒷목이나 등허리 어디쯤
칼금을 치다 들킨 사람처럼 화들짝 놀랜다
남편의 일거수일투족에 밑줄을 그어놓고
그 밑줄이 고구마 넝쿨처럼 자라나기를 고구마 넝쿨 같은 한 시절을
무성하게 결박해주기를 바랐던 적도 있었지만
오늘 내가 줄 친 시들
시의 급소마다 칼금이 낭자하다
조금만 손에 힘을 주어도 밑줄에서 피가 배어나온다
밑줄 친 뉴스마다 수갑을 찼다
가을비가 공중에 일획을 긋던 날
한 동네 은행잎이 한꺼번에 몽땅 뛰어내렸다
밑줄 그은 연애는 모두 앓거나 죽었다
비극 아래에 줄을 치는 습관이 언제부터였을까
슬픈 시마다 밑줄이 주렁주렁 변명처럼 달려있다
시에서 피를 보고야 마는 이 가학적인 습관이라니
오슬오슬 한기가 들고 미열이 난다 뜨거운 피가 고픈 것이다
뜨거운 피로 쓴 시가 고픈 것이다
ㅡ《시와 표현》 2017년 12월호
이화은 / 경북 진량 출생. 1991년《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이 시대의 이별법』『나 없는 내 방에 전화를 건다』『절정을 복사하다』『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