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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거울 속의 고요/ 김완하 본문
거울 속의 고요
김완하
가을 숲으로 난 길에는 거울이 하나 서 있었다 걸어오던 길에서 나는 잠시 숨을 고르며 그 거울 속의 고요를 눈여겨보았다
뚜벅뚜벅 걸어갔을 아버지의 발자국은 스미고 이어 내 발자국이 살아나기 시작한다 아들의 손을 잡고 갈참나무 한 그루 쓸쓸히 잎을 비우고 있었다
싸리나무 한 그루도 가파른 제 어깨를 스스로 보듬어 안고 있었다 순간 숲의 풍경을 찢으며 흰 구름 한 자락이 거울 속 고요를 맑게 지우고 갔다
말채나무 채찍이 숲의 등짝을 후려 팼다 가없는 시간의 자맥질 속으로 별빛이 와서 숲의 고요를 다지며 어둠의 깊이를 재고 있었다
⸺시집 『집 우물』(2018. 3)에서
김완하 / 1958년 경기도 안성 출생. 1987년 <문학사상>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길은 마을에 닿는다』『그리움 없인 저 별 내 가슴에 닿지 못한다』『네가 밟고 가는 바다』『허공이 키우는 나무』『절정』 『집 우물』, 시선집『어둠만이 빛을 키운다』. 계간 《시와 정신》편집인 겸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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