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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수선화 위에 내리는 눈 /황학주 본문
수선화 위에 내리는 눈
황학주
수선화 위로 눈이 온다
어두운 눈송이 하나쯤은 수선화로 피어야 한다
말라깽이 꿈을 하나 받아
녹는 자리에 다시 놓아주는
수선화는 한 방울의 눈이 단추를 단 주머니가 있고
그 안에 데데한,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 병이 도지는
약조(約條)까지 있다
그러다 빙설(氷舌)이 도톰하게 밀고 나오는
그 방에서 누가 잤을까
노란 단추를 끌러주는 수선화 안으로
적령기 넘긴 눈빛이 주춤주춤 끼어들고
대정향교 돌담 밑
당신과 희끗희끗 섞은 살이 거짓말을 하진 않았다
당신을 생각하면
사랑은 오직, 이라는 말로 꽃처럼 떠오르고 잠기는바
가지 말라는 뜻이었다면 아, 그런 말이 세상에 어디 있나
그중 검은 눈물 든 한 송이가 피는데 어쩔래
저 꿈의 한 잎이 마저 지면
그 잎 쓸고 가는 누군가는 마냥 절버덕댈 것인데
⸺시집 『사랑은 살려달라고 하는 일 아니겠나』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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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학주 / 1954년 光州 출생. 1987년 시집 『사람』으로 작품활동을 시작. 시집 『내가 드디어 하나님보다』 『갈 수 없는 쓸쓸함』 『늦게 가는 것으로 길을 삼는다』 『너무나 얇은 生의 담요』 『루시』 『저녁의 연인들』 『노랑꼬리 연』 『某月某日의 별자리』 『사랑은 살려달라고 하는 일 아니겠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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