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수선화 위에 내리는 눈 /황학주 본문

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수선화 위에 내리는 눈 /황학주

시낭송행복플러스 2019. 7. 5. 23:45



수선화 위에 내리는 눈

   황학주

 

 

 

수선화 위로 눈이 온다

어두운 눈송이 하나쯤은 수선화로 피어야 한다

말라깽이 꿈을 하나 받아

녹는 자리에 다시 놓아주는

수선화는 한 방울의 눈이 단추를 단 주머니가 있고

그 안에 데데한,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 병이 도지는

약조(約條)까지 있다

그러다 빙설(氷舌)이 도톰하게 밀고 나오는

그 방에서 누가 잤을까

노란 단추를 끌러주는 수선화 안으로

적령기 넘긴 눈빛이 주춤주춤 끼어들고

대정향교 돌담 밑

당신과 희끗희끗 섞은 살이 거짓말을 하진 않았다

당신을 생각하면

사랑은 오직, 이라는 말로 꽃처럼 떠오르고 잠기는바

가지 말라는 뜻이었다면 아, 그런 말이 세상에 어디 있나

그중 검은 눈물 든 한 송이가 피는데 어쩔래

저 꿈의 한 잎이 마저 지면

그 잎 쓸고 가는 누군가는 마냥 절버덕댈 것인데



시집 사랑은 살려달라고 하는 일 아니겠나(20196)

------------

황학주 / 1954光州 출생. 1987년 시집 사람으로 작품활동을 시작. 시집 내가 드디어 하나님보다』 『갈 수 없는 쓸쓸함』 『늦게 가는 것으로 길을 삼는다』 『너무나 얇은 의 담요』 『루시』 『저녁의 연인들』 『노랑꼬리 연』 『某月某日의 별자리』 『사랑은 살려달라고 하는 일 아니겠나.


'아름다운 시편들 > 명시.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섬/곽재구  (0) 2019.07.19
들꽃외 4편/김기승  (0) 2019.07.08
어머니 연잎/최영철  (0) 2019.06.24
열쇠/장석남  (0) 2019.06.24
봄꿈 (외 1편)/유계영  (0) 2019.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