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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석류/손택수 본문
석류
손택수
석류가 붉은 건 다 설명할 수 없다
석류는 천연 에스트로겐만도 아니고
여름의 소나기와 천둥과 뙤약볕으로
정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마치 당신에게 내가 이끌리는 이유처럼,
이유를 몰라도 좋은 이유처럼
그걸 그늘이라 부른다면 석류는 그늘로 살찐 과육이다
물론 그 또한 나의 해명에 지나지 않겠지만
적어도 석류를 사랑으로 외롭게 하지는 않겠다는 뜻
해마다 석류가 붉는 것은, 석류 앞에 내가 서 있는 것은
석류의 비밀을 너와 나누고 싶기 때문이다
풀고 풀어도 풀 수 없는 비밀을 함께
간직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고도 석류는 그저 석류이다
석류로서 투명하고 석류로서 충만할 뿐이다
침이 고이는 것들은 대체로
그렇질 않던가
⸺계간 《시인시대》 2021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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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택수 / 1970년 전남 담양 출생. 199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호랑이 발자국』 『목련 전차』 『나무의 수사학』 『떠도는 먼지들이 빛난다』 『붉은빛이 여전합니까』, 동시집 『한눈파는 아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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