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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횡천(橫川)/ 이창수

시낭송행복플러스 2021. 12. 20. 08:27

횡천(橫川)

 

이창수

 

 

 

시냇물이 옆으로 흘렀네

마을에 식자가 있어 횡천이라 불렀네

시냇물 따라 버드나무가 심어졌고

버드나무는 새와 구름 불러왔네

냇가에 작은 술집도 생겼다네

술 취한 사람들이 옆으로 걸었네

 

횡천 거슬러 올라가면

푸른 학 날아다니는 청학동이 나온다네

시절이 하 수상해지면

순한 사람들이 청학동에 들어와 살았네

사나운 도적들이 찾아왔지만

나무꾼이 되거나 다시 돌아갔다네

 

횡천에 다리가 놓이고 시장이 섰네

길이 포장되고 자동차가 다니기 시작했네

사람들도 앞만 보고 걸었네

구불구불 길도 직선으로 바뀌고

논도 밭도 바둑판이 되었다네

사람들은 직선을 숭배했네

 

그러든 말든 횡천은 옆으로만 흘렀다네

횡천 가로질러 그물이 쳐 있었으나

아무것도 걸리지 않았다네

강물에 일월성신日月星辰 희미하게 보였지만

그건 아무나 잡을 수 없는 물고기라서

마을 사람들 본체만체 지나갔다네

 

 

 

⸺계간 《백조白潮》 2021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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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 / 1970년 전남 보성 출생. 2000년 《시안》으로 등단. 시집 『물오리 사냥』『귓속에서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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