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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440)
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내 이름은 파랗게 일렁이는 발목 김나영 지난여름 기습적 폭우가 한강 산책로를 짓밟고 지나갔다 낭창낭창한 꽃대를 자랑하던 꽃길이 곤죽이 되었다 구청 관리들이 그 자리에서 머리를 맞대고 있을 때 매복하고 있던 야생이 먼저 숟가락을 꽂았다 강아지풀, 돌피, 개밀, 가는털비름, 털빕새귀리가 ‘인디언 사회에는 잡초라는 말이 없다’는 전언 앞세우고 낡음 낡음한 멜빵바지에 손가락 삐딱하니 찔러 넣고서 동네 건달처럼 짝다리를 짚고서 건들건들 헝글헝글 그 행색이 하나같이 시시하고 껄렁껄렁해 보이지만 트릭이다, 저들은 야생당(野生黨)이 키우는 비밀병기다 봐라, 강아지풀 외엔 암호 같지 않은가, 저 이름들 화가 폭발하면 아스팔트도 씹어 먹는 녹색 괴물들이다 조명발 한번 받아본 적 없지만 저 분야의 베테랑들이다 끝났다 싶을 ..
나만 아는 꼭짓점들 (외 1편) 최연수 컹컹 짖는 언덕 아래와 건너다보이는 불빛과 나는 조용한 삼각 늦은 밤을 견디는 꼭짓점들이다 소문은 잠들어 남은 불빛을 당겨 내가 다 써버렸다는 건 아무도 모른다 안경을 쓰는 것보다 깜깜한 나를 환히 볼 수 있다 미래를 보기 위해 접질린 길은 한걸음 물러서야 보이고 더 아파본 뒤에야 빠져나갈 구멍이 생긴다 새벽달이 끼어들어도 생각하는 반대편과 생각이 있다는 듯 짖어대는 언덕만이 나와 가능한 삼각 불면은 배경이다 홀수에 익숙하지 않은 짝수들 안에서 사랑하고 밖에서 의심했다 자신도 모르게 덩치 커진 아우성은 소란스러운 고독 속에서만 물리칠 수 있다 어둠이 한 점을 갉아먹은 뒤에야 들어서는 외로운 삼각 모서리를 비추는 거울은 여전히 네모 각자 툭 튀어나온 꼭짓점도 짝수라 ..
꽃의 온도 2 유희선 그곳에 입장하려면 체온을 재야 한다 이마와 손목, 때론 귓속까지 겹겹 꽃잎 속에 은밀한 사랑이라도 감추고 있는 양, 속속들이 꽃의 온도를 잰다 꽃이 피는 온도와 꽃이 지는 온도를 생각한다 햇빛과 바람을 살갗 속에 들이는 꽃이여, 사랑이여 서서히 뜨거워지거나 서서히 차가워지는 것들 한바탕 꿈에서 깨어나듯 꽃을 버리고 이파리를 버리고 더는 양보할 수 없는 지경까지 계절은 몰아칠 것이다 투쟁처럼 투병처럼 끝내 싸워 이긴 자들, 어쩌면 모든 사랑이 지나가고 나는 나로 가득 차서, 꼼짝없이 갇혀 있다 오늘 다시, 겨드랑이와 혓바닥 아래까지 샅샅이 체온을 잰다 영원히 꽃필 것 같지 않은 이상한 시간 속으로 수없이 문이 열리고 닫힌다 ⸺계간 《시사사》 2020년 겨울호 --------------..
옥수수가 익어갑니다 변희수 내가 여름을 다 말해버리면 옥수수는 익지 않는다 촘촘한 치아가 아름답다고들 하지만 매미 울음이 어금니에 박혀 빠지지 않는다 뭉개어지고 으깨어지는 말들 입속이 붐비면 처진 어깨를 조금 흔들어 보이거나 으쓱거려본다 치아와 치아 사이에 거웃처럼 비밀이 자란다 혀를 길게 빼문 한낮의 발설에 귀를 기울이던 바람이 천천히 수염을 쓸어내린다 태양의 내란과 음모를 기억하던 여름이 벌어진 입을 조금씩 다문다 단전을 끌어올려 이빨 사이로 스,스,스 날숨을 뱉어본다 독 오른 뱀이 산으로 올라가고 당신이 잘 볶은 옥수수차를 말없이 내놓던 일 근자에, 더 좋은 일은 없었습니다 옥수수는 이미 무량무량 익었습니다 ⸻계간 《문파》 2020년 겨울호 ----------------- 변희수 / 1963년 경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