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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440)
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발푸르기스의 밤 (외 2편) 오 늘 빨강을 묻는 나를 위해 춤을 추는 너 허벅지가 맑아서 순서도 없이 색깔들이 피어올라 네 춤에는 툭 치면 넘칠 것 같은 물잔이 있어 입술이 번졌구나, 붉은 뺨을 가지기 위해서는 울음의 공기를 조금 빼야 하지 우리의 흰 머리카락은 괜찮은 하루들이었고 빨강을 감춘 건 너였을까 이제 이것은 농담이야 네가 사라졌다 내 농담이 그렇게 싫었나 달이 차오르지 않아서 모르겠네 빨강을 못 본다고 해서 세이렌의 노랫소리가 선명하지 않은 건 아니었는데 돌아서서 너의 손목을 묻는 흐릿한 사람들 네가 없는 나는 얼룩이 되는구나 너를 빨강해, 중요한 말일수록 몸속 가장 단단한 뼈에 박혀 꺼내기 힘들다는데 너는 살짝만 무릎을 굽혀도 보이는 계절 잿빛 동맥을 쥐고 와장창 웃는 푸른 꽃들 나를 위해 ..
능소화가 지는 법 (외 1편) 복효근 능소화는 그 절정에서 제 몸을 던진다 머물렀던 허공을 허공으로 돌려주고 그 너머를 기약하지 않는다 왔다 가는 것에 무슨 주석이냐는 듯 씨앗도 남기지 않는 결벽 알리바이를 아예 두지 않는 결백 떨어진 꽃 몇 개 주워 물항아리에 띄워보지만 그 표정 모독이라는 것 같다 꽃의 데스마스크 폭염의 한낮을 다만 피었다 진다 왔던 길 되짚어가고 싶지 않다는 듯 수직으로 진다 딱 거기까지만이라고 말하는 듯 연명치료 거부하고 지장을 찍듯 그 화인 붉다 예를 들어 무당거미 무당이라니오 당치 않습니다 한 치 앞이 허공인데 뉘 운명을 내다보고 수리하겠습니까 안 보이는 것은 안 보이는 겁니다 보이는 것도 다가 아니고요 보이지 않는 것에 다들 걸려 넘어지는 걸 보면 분명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
비를 심다 (외 1편) 신영조 비 내리는 오늘은 텃밭에서 당신을 나의 밭에 심었습니다 빗줄기 소리는 시원했습니다 당신을 심는 내 마음에 내내 뻐꾸기가 울곤 했습니다 내 속에 심은 당신이 행여 가뭄 들까 내 속에서 크는 당신이 행여 홍수질까 나의 둑에 갇힌 당신을 어제는 잠시 허물기도 했습니다 뙤약볕이 우리가 걸어간 밭을 쪼개어도 긴긴 장마가 우리가 지나온 길을 없애도 먹먹한 개구리의 기막힌 소식과 함께하면 밭둑에 혼자 서 있는 날도 바람 불지 않았습니다 돌아다봅니다 젖어있던 밭둑도 내일 아침이면 짱짱 장화의 뒤축에 눌린 젖은 날도 한결 가벼워질 것입니다 가죽나무 사이에 걸린 가죽 같은 건조한 날도 당신과 함께하는 밭둑에서 비를 한번 심는다면 잠시 메말랐던 퇴근길은 막걸리 잔 속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낼 것..
가라앉는 섬(외 1편) 신새벽 “이 처방전을 들고 절대 약국을 지나치지 마시오“ 의사는 내 눈동자를 들여다보며 명령하듯 말한다 미열처럼 권태로운 일상 테두리 부서지는 감정선들 은유의 사막화로 칭얼거리는 나에게 건네준 처방전 거대한 어항을 닮은 바다가 창문 넘어 일렁이고 중력이 비껴간 불가사리들이 하늘을 나는 약국 모든 은유가 진열된 그곳엔 초조와 불안을 잠재울 약들이 가득하다고 치자꽃 향기 나는 네루다*파스를 가슴에 붙이면 가라앉으려던 정서의 섬이 조금은 떠오를 거라고 동백꽃 문장들로 만든 환丸은 길고 긴 글자를 가지게 될 것이라는 처방 모호한 형체를 한 섬들이 떠다니는 진료실 호흡은 비상등처럼 깜박이고 검은 글씨로 빼곡한 처방전이 파르르 의사뒤편, 흐릿한 거울에 내 반쪽 얼굴이 비추고 있다 *칠레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