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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440)
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눈꺼풀 내리면 깜박 저녁이 밤으로 머릴 디밀 것 같은 때 아까워라 도로 아까워서 저녁 하늘을 보느니 저 눈썹이 짙어진 하늘 가에 기러기 떼인가 청둥오리 떼인가 멀고 어둑해서 어느 것이어도 틀리지 않는 새 떼들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채찍처럼 제 무리를 휘갈겨 간다 어디 한 번 내 허리에 아주 헐렁하게 감아 보고도 싶은 흘림체의 허리띠가 조였다 풀었다 내둘렀다 감았다 으늑한 운필(運筆)이 낙락한데 저 반가운 울음이 섞인 흘림체가 번지듯 내려앉은 곳, 거기 들판이나 샛강 가에 가며는 등 따신 햇빛을 쬐며 부리로 땅에 점자(點字)할 새 떼들, 그 흘림체가 모이 쪼는 곁에 나는 바람의 먹〔墨〕을 가는 나무로나 서 있을까 무엇을 쓰든 사랑의 허기를 면하는 길로 발길이 번지는 흘림체들 ⸻계간 ..
박형준의 「저런 뒷모습」 감상 / 주민현 저런 뒷모습 박형준 (1966~ ) 한 손으론 장난감 트럭에 매인 줄을 한 손으론 엄마의 손을 잡고 어린아이가 거리에 서 있다 장난감 트럭에 무엇을 실으려고 아이는 엄마의 손을 잡고 거리에 나왔을까? 저런 뒷모습이 내게 있었을까? ⸻시집 『줄무늬를 슬퍼하는 기린처럼』 (2020년 6월) ........................................................................................................................................................... 어린 시절이란 얼마간 설명할 수 없는 신비한 시절로 남아 있습니다. 장난을 치고 새로운 놀이를 개발하고 ..
방금 배달된 장미 한 다발 장미는 얼마나 멀리서 왔는지 설마 이 꽃들이 케냐에서부터 온 것은 아니겠지 장미 한 다발은 기나긴 탄소 발자국을 남겼다, 주로 고속도로에 장미를 자르고 다듬던 손목들을 떠나 냉동트럭에 실려 오는 동안 피우고 싶은 욕망을 누르고 누르다 도매상가에 도착해서야 서둘러 피어나는 꽃들 도시의 사람들은 장미 향기에 섞인 휘발유 냄새를 눈치채지 못한다 한 송이 장미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봄부터 소쩍새가 아니라 칠에서 십삼 리터의 물이 필요하단다 그리고 그보다 훨씬 많은 휘발유가 필요하겠지 스무 송이의 자연, 조각난 향기, 피어나기가 무섭게 말라가는 꽃잎들, 퇴비더미가 아니라 소각장에 던져질 장미 한 다발 오늘은 보이지 않는 탄소 발자국을 따라가 보자 한 다발의 장미가 피고 질 때까지 ⸻계간 ..
봄꽃 진 뒤 여기저기 뒹구는 고막(鼓膜)들. 바람은 빵을 베어 물고 달린다. 너는 청동 의 말과 함께 돌아온다. 너는 가난한 화부(火夫)가 놓친 불의 작은 혀, 아직 실현되지 않은 기쁨이다. 너는 모래와 금속 알갱이가 아니다. 너는 부드러운 맥박을 가진 양이나 초원에 내리 꽂히는 벼락, 꽃과 꽃 위로 날며 노래하는 백합, 수풀 위에서 빛나는 쓸모없는 금, 아름다운 배[船], 부레, 속삭임, 너는 궁핍과 궤양에서 태어나 한없이 가벼운 눈[雪]의 일생을 산다. ⸺시 전문 계간 《딩아돌하》 2020년 여름호 ------------ 장석주 / 1955년 충남 논산 출생. 197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오랫동안』 『몽해항로』 『일요일과 나쁜 날씨』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