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 시인
- 이서윤
- 애송시
- 허준
- 한국명시낭송
- 이서윤 시인
- 허준박물관
- 장수길
- 강서구민회관 시낭송반
- 풍경이 있는시
- 한국명시낭송예술인연합회
- 세계명시
- 이서윤시낭송
- 이서윤 시낭송
- 명시
- 명시낭송
- 한국명시
- 풍경이 있는 시
- 윤동주
- 동의보감
- 시낭송아카데미
- 축시낭송
- 시낭송
- 시낭송행복플러스
- 신춘문예
- 좋은시
- 현대시
- 한국명시낭송클럽
- 강서구민회관시낭송
- 문학
- Today
- Total
목록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440)
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여기부터는 사유지이니 무단출입을 금합니다 김미정 새들이 허공을 찢고 날아간다 모서리가 모서리를 밀어낼 때 이곳, 사유지는 무엇을 먹고 넓어지나 몇 개의 밤을 더 건너야 무단출입할 수 있을까 생각이 출구를 찾다가 입구가 되어버린 날들 방향은 잃어버린 지 오래다 자전거가 뒹굴고 구겨지는 골목이에요 떠나간 신발이 오늘의 날씨예요 죽은 꿈과 깨진 창문의 언어가 필요한가요 둘레를 걷는 건 위태로워요 반복이 달리는 동안 눈물을 남발하는 사유지들, 안인지 밖인지 모르는 발자국이에요 되돌아오는 무표정은 최선의 모습일까 어제의 나무들이 환하다 아프고 날마다 씁쓸하기만 한 회색구름을 추가하기 위해 안녕을 이마에 붙이고 깃발을 따라가는 새들의 날개를 어떻게 해야 할까? ⸺계간 《시와 함께》 2021년 여름호 --------..
토란잎에 떨어지는 빗방울 신승철 오랜만에 토란잎에 떨어져 구르는 빗방울 반가움에 하나인가, 둘인가, 셋인가 흥얼대듯 셈을 하나 점점 셀 수가 없네. 방향도, 처소도 없는 빗방울 수정 빛 똑같은 모양의 빗방울 신기루 같은 이 기억에서 자꾸 미끄러져 나가 가만히 이대로는 무엇도 셀 수가 없네. 이 몸이 품고 있던 혓바닥도, 언어도 어이없이 실종이 되어 지금은 너에게 어떤 말도 붙이기가 어렵게 되었네. 한도 없이 토란잎에 떨어져 구르는 빗방울 토란잎 좁고 여린 목덜미 쪽으로 모다 스미듯 내려들 가고 있네. 빗방울에 젖어도, 젖어도 결코 젖는 일이 없는 청정(淸淨) 토란잎 숨을 곳도 없어 벌거벗은 그 몸으로 위아래도 없이 위아래로 온종일 바람에 너울대며 시나브로 울려오는 야릇한 기쁨에 취해 ⸺계간 《문학청춘》 ..
봄날에 연애 양선희 봄을 타시나 봐요 당신도 타고 싶어요 사나운 꿈을 연명장치처럼 붙들고 산 날 흔들린다 그가 내 집을 물어뜯는다 구멍을 만든다 새순을 꿈꾸는 나 끄집어낸다 그가 나의 골 깊은 겨울을 벗기고, 씻긴다 내 몸 샅샅이 색들이 살아난다 봄 탄다 ⸺시집 『봄날에 연애』 2021년 7월 ------------------- 양선희 / 1960년 경남 함양 출생.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졸업. 1987년 계간 《문학과 비평》으로 등단. 199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나리오 당선. 시집 『일기를 구기다』 『그 인연에 울다』 『봄날에 연애』 . 장편소설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하라』. 외 에세이집 3권.
국그릇 행성 이영옥 물미역을 데쳤다 푸른 물결이 밀려와 고요를 헤집는다 지상의 말들이 얼마나 쓸모없는지 먼지처럼 깊어진 엄마 허기 아닌 사랑은 없고 오와 열을 맞춘 수저는 냉정하다 쓸 만한 것을 버린다고 잔소리 하던 엄마에게 궁상맞다고 핀잔이나 주던 나쁜 년은 쥐를 보아도 관심 없는 고양이처럼 굴었다 제멋대로 구는 모럴은 지겨웠고 당연한 것들이 나를 슬프게 하는 저녁이다 내일 죽어도 내일을 준비하는 손끝 가루를 움켜 쥔 가랑잎이 가래처럼 끓고 윤기 잃은 마른 것마다 눈물의 염분이 허옇게 배어있었다 우리는 제어할 수 없는 탄력으로 심연에서 튕겨 나왔던 어리둥절한 물질 왜 서로의 난간 아래 매달려 찾아 헤매었을까 뭇별 사이 낯설고 창백한 푸른 점 하나가 찍힐 때 미역국이 조용하게 끓고 있었으면 좋겠다 내 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