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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최소한의 겨울로만 이혜미 열매를 믿고 싶어지는 순간도 있었지 나무의 슬픔을 저장하려 술을 담그고 낙과들이 머문 자리마다 멍울지던 얼룩을 바라본다 유리병에 담긴 겨울 포도들이 귓속의 동굴 속으로 잠겨 들면 꿈이 잠을 벗어나듯 과실은 계절로부터 풀려나오지 지하 창고에는 작은 은스푼으로 조금씩 모아두었던 겨울잠의 냄새가 고여 있고 잠의 녹는점을 알기 위해 한 시 전에는 불을 끄고 손을 모으고 최소한의 생각만을 해 멀리로 오래전의 깊이 속으로 나무가 뿌리를 하염없이 휘저으며 꿈속에 두고 온 깃털을 찾듯이 이제는 너의 두 귀가 밀봉된 날개라고 믿어 귀퉁이가 깨진 세계를 털며 나무에게서 떠나가는 새처럼 열매가 자신의 그림자를 만나러 갈 때 늦은 배웅에는 긴 연습이 필요했다고 ⸺반년간 《상상인》 2021년 1월, 창..
바람이 묻는다 (외 2편) 권순학 바람에게도 무늬가 있다 향이 있다 이름만으로 느껴지는 그 멋과 맛 수없이 의심하고 더 많이 돌아서는 습관 아닌 늘 낮은 곳으로 향하는 그녀의 천성 닮았다 얼음 풀린 금강가 멈칫대는, 한 줄기 바람 있다 아주 오래전 고향 떠나왔을 그것 희미하지만 익숙한 맛과 멋 돌아올 기약 없이 떠나는 누군가 묵은 자개장롱 깊숙한 곳에서 꺼낸 친정 같기도 눈물로만 열릴 유언 같기도 하다 그럼에도, 안녕을 물어오는 그 바람 수소(水素) 그녀 이름은 H 주민등록번호는 가장 빠른 1 뭐든 맨 앞은 비중 있기 마련인데 성질부터 주변과는 딴판인 그녀 누구는 경망스럽다 하지만 스스로 탈 줄 알고 폭발할 줄 안다 몸도 마음도 이름 따른 그녀 우리들 넷 중 셋이 그녀라니 몸과 마음 거의 그녀 것일 게다..
사람들은 왜 모를까 김용택 이별은 손끝에 있고 서러움은 먼데서 온다 강 언덕 풀잎들이 돋아나며 아침 햇살에 핏줄이 일어선다 마른 풀잎들은 더 깊이 숨을 쉬고 아침 산그늘 속에 산벚꽃은 피어서 희다 누가 알랴 사람마다 누구도 닿지 않는 고독이 있다는 것을 돌아앉은 산들은 외롭고 마주 보는 산은 흰 이마가 서럽다 아픈데서 피지 않는 꽃이 어디있으랴 슬픔은 손끝에 닿지만 고통은 천천히 꽃처럼 피어난다 저문 산 아래 쓸쓸히 서 있는 사람아 뒤로 오는 여인이 더 다정하듯이 그리운 것들은 다 산 뒤에 있다 사람들은 왜 모를까 손에 닿지 않는 것들이 꽃이 된다는 것을 김용택/1948년 8월 26일 . 전북임실. 시 〈섬진강〉연작으로 유명하여 일명 '섬진강 시인'으로 불린다. 1969년 순창농림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듬..
거대한 밭 (외 2편) 손 음 깡마른 손 하나가 채소밭 하나를 밀고 간다 불구덩이 땡볕을 이고 오직 밭고랑을 밀고 간다 내리 딸자식만 일곱을 둔 거북 등짝 같은 할머니가 한여름 찢어대는 매미 소리를 이고 시퍼렇게 돋아나는 잡초를 밀고 간다 잡초들은 믿기지 않는 광기를 뿜어내며 할머니를 에워싼다 할머니는 호미 한 자루로 밭을 지키려 한다 상추와 호박과 고구마 속에서 열무와 고추와 가지 속에서 할머니는 진저리를 치며 호미질을 한다 진저리치는 만큼 잡초들은 자란다 전속력으로 자란다 상추와 호박과 고구마와 잡초와 열무와 고추와 잡초와 할머니가 서로가 서로를 저항하면서 자란다 이런 오살할! 욕이란 욕 다 얻어먹어 가며 비로소 여름은 완성되고 있다 고백 비가 내리고 수제비 뽀얀 국물이 빗소리로 들끓는다 선반에는 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