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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비를 심다 (외 1편) 신영조 비 내리는 오늘은 텃밭에서 당신을 나의 밭에 심었습니다 빗줄기 소리는 시원했습니다 당신을 심는 내 마음에 내내 뻐꾸기가 울곤 했습니다 내 속에 심은 당신이 행여 가뭄 들까 내 속에서 크는 당신이 행여 홍수질까 나의 둑에 갇힌 당신을 어제는 잠시 허물기도 했습니다 뙤약볕이 우리가 걸어간 밭을 쪼개어도 긴긴 장마가 우리가 지나온 길을 없애도 먹먹한 개구리의 기막힌 소식과 함께하면 밭둑에 혼자 서 있는 날도 바람 불지 않았습니다 돌아다봅니다 젖어있던 밭둑도 내일 아침이면 짱짱 장화의 뒤축에 눌린 젖은 날도 한결 가벼워질 것입니다 가죽나무 사이에 걸린 가죽 같은 건조한 날도 당신과 함께하는 밭둑에서 비를 한번 심는다면 잠시 메말랐던 퇴근길은 막걸리 잔 속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낼 것..
김기림의 「연애의 단면」 감상 / 곽재구 연애의 단면 김기림 애인이여 당신이 나를 가지고 있다고 안심할 때 나는 당신의 밖에 있습니다 만약에 당신의 속에 내가 있다고 하면 나는 한 덩어리 폭탄에 불과할 것입니다 당신이 나를 놓아 보내는 때 당신은 가장 많이 나를 붙잡고 있습니다 애인이여 나는 어린 제비인데 당신의 의지는 끝이 없는 밤입니다 .................................................................................................................................................................................................................
김사인의 「아무도 모른다」 감상 / 김기택 아무도 모른다 김사인 나의 옛 흙들은 어디로 갔을까 땡볕 아래서도 촉촉하던 그 마당과 길들은 어디로 갔을까 나의 옛 개울은, 따갑게 익던 자갈들은 어디로 갔을까 나의 옛 앞산은, 밤이면 굴러다니던 도깨비불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런닝구와 파자마 바람으로도 의젓하던 옛 동네어른들은 어디로 갔을까 누님들, 수국 같던 웃음 많던 나의 옛 누님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나의 옛 배고픔들은 어디로 갔을까 설익은 가지의 그 비린내는 어디로 갔을까 시름 많던 나의 옛 젊은 어머니는 나의 옛 형님들은, 그 딴딴한 장딴지들은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 나의 옛 비석치기와 구슬치기는, 등줄기를 후려치던 빗자루는, 나의 옛 아버지의 힘센 팔뚝은, 고소해하던 옆집 가시내는 어디로 갔을까 나의 ..
윤진화의 「안부」 감상 / 나민애 안부 윤진화(1974~ ) 잘 지냈나요? 나는 아직도 봄이면서 무럭무럭 늙고 있습니다. 그래요, 근래 '잘 늙는다'는 것에 대해 고민합니다. 달이 '지는' 것, 꽃이 '지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합니다. 왜 아름다운 것들은 이기는 편이 아니라 지는 편일까요. 잘 늙는다는 것은 잘 지는 것이겠지요. 세계라는 아름다운 단어를 읊조립니다. 당신이 보낸 편지 속에 가득한 혁명을 보았습니다. 아름다운 세계를 꿈꾸는 당신에게 답장을 합니다. 모쪼록 건강하세요. 나도 당신처럼 시를 섬기며 살겠습니다. 그러니 걱정 마세요. 부끄럽지 않게 보낼 겁니다. 그리고 행복하게 다음 계절을 기다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