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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12월의 집 길상호 지하층엔 구십 세 노인이 산다고 했다 남은 체온으로 심장을 돌리는데 계량기 눈금이 너무 천천히 움직였다 일층에는 유령이 가꾸는 고무나무 화분 이층에는 계약도 없이 몇 달째 거주하는 바람 깡마른 시인이 짐도 없이 이사를 와 옥탑방을 채웠다 말수 적고 귀가 어두운 세입자들뿐이라서 층간소음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집도 반 이상은 죽은 몸 얼음이 낀 핏줄은 때때로 막히고 흐릿한 창 몇 개만 겨우 눈을 빛냈다 동파된 방을 두고 떠날 때까지 한 달 시인은 한 편의 시도 쓰질 못했고 구십 세 노인은 나이가 한 살 늘었다 일층의 유령과 이층의 바람에게는 딱히 떠난다는 인사도 남기지 않았다 ⸺계간 《시인시대》 2021년 가을호 ------------------ 길상호 / 1973년 충남 논산 출생. 2..
아름다운 영혼을 위한 소나타* 이병일 땅을 파야합니다 봄엔 더 죽을 것도 없으니까 씨앗을 뿌려야 하겠지요 더 이룰 것도 없는 몸이니까 땅을 밟아야 하겠지요 세상이 어떠한지 묻지 않았지요 그냥 조용히 밤의 거인이 크게 자라지 않도록 한가지 노래를 고상하게 불렀겠지만 달라질 것이 있다면 거미에게 갉아 먹혀도 새는 새 몸으로 날아온다는 것이죠 손가락으로 눌러 죽일 벌레가 많으면 마음이 울렁거리지 않죠 땅에 몸을 맡기지 않으면 봄이 온다고 믿지 않게 돼요 사랑을 위해 쇄골 숨을 크게 돌렸다지요 피를 아홉 번이나 흘렸다는 것에 기꺼워하면서 죽음 따위 두려워하지 않았죠 왜냐하면 바위 언덕에 수수 씨를 뿌리며 맨발로 땅을 밟았거든요 땅을 예쁘게 밟으면 뺨과 이마 위에서 기쁨이 솟는대요 아, 세상 모든 것과 통하는 이..
나무를 맛있게 먹는 풀코스법 (외 4편) 이윤설 비린 게 무지하게 먹고팠을 뿐이어요 슬펐거든요 울면서 마른나무 잎을 따 먹었죠 전어튀김처럼 파삭 부서졌죠 사실 나무를 통째로 먹기는 제 입 턱없이 조그마했지만요 앉은 자리에서 나무 한 그루 깨끗이 아작냈죠 멀리 뻗은 연한 가지는 똑똑 어금니로 끊어 먹고 잎사귀에 몸 말고 잡든 매미 껍질도 이빨 새에 으깨어졌죠 뿌리째 씹는 순서 앞에서 새알이 터졌나? 머리 위에서 새들이 빙빙 돌면서 짹짹거렸어요 한입에 넣기에 좀 곤란했지만요 닭다리를 생각하면 돼요 양손에 쥐고 좌-악 찢는 거죠 뿌리라는 것들은 닭발 같아서 뼈째 씹어야 해요 오도독 오도독 물렁뼈처럼 씹을수록 맛이 나죠 전 단지 살아 있는 세계로 들어가고팠을 뿐이었어요 나무 한그루 다 먹을 줄, 미처 몰랐다구요..
2-13. 신의 병증들: 경계· 정충· 건망증· 전간 · 전광· 탈영 심장의 기운을 기르는 것은 혈血이다. 심혈이 허해져서 신기가 제자리를 떠나면 경계驚悸가 시작된다. 『강목』에서 “경驚이란 갑자기 놀라서 마음이 안정되지 않는 것을 뜻하고, 계悸란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두려워하는 것을 말한다”고 하였다. 사람을 주관하는 것은 심心이고, 심을 기르는 것은 혈이다. 심혈이 허해져서 신기神氣를 지키지 못하면 경계가 시작된다. 경驚이란 무서워하는 것이고 계悸란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이다. 경에는 놀란 것을 진정시키는 약을 쓴다. 계에는 물기를 몰아내고 담음을 삭이는 약을 써야 한다. 가슴이 두근거린다는 것은 곧 정충을 말한다._『인재직지』(人齋直指, 이하‘직지’) 이럴 때는 큰 소리를 듣거나 이상한 것을 보거나 때..
엄마는 저렇게 걸어오지 않는다 노혜진 예순두 살에 뽀얀 속살입니다 시야각으로 알아볼 수 있습니다 다 벗고 만날 수 있고 온몸을 훑고도 괜찮아요 엄마는 때수건과 우유를 손에 들고 옵니다 우리는 깨끗해집니다 두꺼운 발톱과 무좀을 병이라 부릅니다 탕의 수증기는 소리와 이야기를 불러 모읍니다 "그 발톱으로 네일 숍에 왔대" 동료들이 웃었습니다 회사에서는 엄마 얘기만 합니다 아빠 얘기만 하는 동료에게 묻지 않았습니다 "엄마가 없니?" 질문은 되돌려집니다 알고도 모르는 것들을 생각합니다 동료를 엄마라고 불렀습니다 아차 하면서 재채기처럼 웃었습니다 자꾸 새어나오는 웃음만큼 웃음거리들이 쉽게 배어나오는 회사입니다 제가 오늘 재채기를 했던가요 바디 클롄저에서 수영장 냄새가 납니다 미즈노 루리코의 '헨젤과 그레텔의 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