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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신춘문예 (88)
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리며/이승하 시낭송 이서윤 작은 발을 쥐고 발톱 깎아드린다 일흔다섯 해 전에 불었던 된바람은 내 어머니의 첫 울음소리 기억하리라 이웃집에서도 들었다는 뜨거운 울음소리 이 발로 아장아장 걸음마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 이 발로 폴짝폴짝 고무줄놀이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 뼈마디를 덮은 살가죽 쪼글쪼글하기가 가뭄못자리 같다 굳은살이 덮인 발바닥 딱딱하기가 거북이 등 같다 발톱 깎을 힘이 없는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린다 가만히 계세요 어머니 잘못하면 다쳐요 어느 날부터 말을 잃어버린 어머니 고개를 끄덕이다 내 머리카락을 만진다 나 역시 말을 잃고 가만히 있으니 한쪽 팔로 내 머리를 감싸 안는다 맞닿은 창문이 온몸 흔들며 몸부림치는 날 어머니에게 안기어 일흔다섯 해 동안의 된바람..
윤진화의 「안부」 감상 / 나민애 안부 윤진화(1974~ ) 잘 지냈나요? 나는 아직도 봄이면서 무럭무럭 늙고 있습니다. 그래요, 근래 '잘 늙는다'는 것에 대해 고민합니다. 달이 '지는' 것, 꽃이 '지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합니다. 왜 아름다운 것들은 이기는 편이 아니라 지는 편일까요. 잘 늙는다는 것은 잘 지는 것이겠지요. 세계라는 아름다운 단어를 읊조립니다. 당신이 보낸 편지 속에 가득한 혁명을 보았습니다. 아름다운 세계를 꿈꾸는 당신에게 답장을 합니다. 모쪼록 건강하세요. 나도 당신처럼 시를 섬기며 살겠습니다. 그러니 걱정 마세요. 부끄럽지 않게 보낼 겁니다. 그리고 행복하게 다음 계절을 기다리겠습니다. .....................................................
나만 아는 꼭짓점들 (외 1편) 최연수 컹컹 짖는 언덕 아래와 건너다보이는 불빛과 나는 조용한 삼각 늦은 밤을 견디는 꼭짓점들이다 소문은 잠들어 남은 불빛을 당겨 내가 다 써버렸다는 건 아무도 모른다 안경을 쓰는 것보다 깜깜한 나를 환히 볼 수 있다 미래를 보기 위해 접질린 길은 한걸음 물러서야 보이고 더 아파본 뒤에야 빠져나갈 구멍이 생긴다 새벽달이 끼어들어도 생각하는 반대편과 생각이 있다는 듯 짖어대는 언덕만이 나와 가능한 삼각 불면은 배경이다 홀수에 익숙하지 않은 짝수들 안에서 사랑하고 밖에서 의심했다 자신도 모르게 덩치 커진 아우성은 소란스러운 고독 속에서만 물리칠 수 있다 어둠이 한 점을 갉아먹은 뒤에야 들어서는 외로운 삼각 모서리를 비추는 거울은 여전히 네모 각자 툭 튀어나온 꼭짓점도 짝수라 ..
꽃의 온도 2 유희선 그곳에 입장하려면 체온을 재야 한다 이마와 손목, 때론 귓속까지 겹겹 꽃잎 속에 은밀한 사랑이라도 감추고 있는 양, 속속들이 꽃의 온도를 잰다 꽃이 피는 온도와 꽃이 지는 온도를 생각한다 햇빛과 바람을 살갗 속에 들이는 꽃이여, 사랑이여 서서히 뜨거워지거나 서서히 차가워지는 것들 한바탕 꿈에서 깨어나듯 꽃을 버리고 이파리를 버리고 더는 양보할 수 없는 지경까지 계절은 몰아칠 것이다 투쟁처럼 투병처럼 끝내 싸워 이긴 자들, 어쩌면 모든 사랑이 지나가고 나는 나로 가득 차서, 꼼짝없이 갇혀 있다 오늘 다시, 겨드랑이와 혓바닥 아래까지 샅샅이 체온을 잰다 영원히 꽃필 것 같지 않은 이상한 시간 속으로 수없이 문이 열리고 닫힌다 ⸺계간 《시사사》 2020년 겨울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