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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옥수수가 익어갑니다 변희수 내가 여름을 다 말해버리면 옥수수는 익지 않는다 촘촘한 치아가 아름답다고들 하지만 매미 울음이 어금니에 박혀 빠지지 않는다 뭉개어지고 으깨어지는 말들 입속이 붐비면 처진 어깨를 조금 흔들어 보이거나 으쓱거려본다 치아와 치아 사이에 거웃처럼 비밀이 자란다 혀를 길게 빼문 한낮의 발설에 귀를 기울이던 바람이 천천히 수염을 쓸어내린다 태양의 내란과 음모를 기억하던 여름이 벌어진 입을 조금씩 다문다 단전을 끌어올려 이빨 사이로 스,스,스 날숨을 뱉어본다 독 오른 뱀이 산으로 올라가고 당신이 잘 볶은 옥수수차를 말없이 내놓던 일 근자에, 더 좋은 일은 없었습니다 옥수수는 이미 무량무량 익었습니다 ⸻계간 《문파》 2020년 겨울호 ----------------- 변희수 / 1963년 경남..
방금 배달된 장미 한 다발 장미는 얼마나 멀리서 왔는지 설마 이 꽃들이 케냐에서부터 온 것은 아니겠지 장미 한 다발은 기나긴 탄소 발자국을 남겼다, 주로 고속도로에 장미를 자르고 다듬던 손목들을 떠나 냉동트럭에 실려 오는 동안 피우고 싶은 욕망을 누르고 누르다 도매상가에 도착해서야 서둘러 피어나는 꽃들 도시의 사람들은 장미 향기에 섞인 휘발유 냄새를 눈치채지 못한다 한 송이 장미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봄부터 소쩍새가 아니라 칠에서 십삼 리터의 물이 필요하단다 그리고 그보다 훨씬 많은 휘발유가 필요하겠지 스무 송이의 자연, 조각난 향기, 피어나기가 무섭게 말라가는 꽃잎들, 퇴비더미가 아니라 소각장에 던져질 장미 한 다발 오늘은 보이지 않는 탄소 발자국을 따라가 보자 한 다발의 장미가 피고 질 때까지 ⸻계간 ..
이불속에 들어오지 못하는 발자국으로 세상에서 가장 솔직한 표현이 가능합니다 믿을 게 됩니다 눈을 감아도 표현됩니다 한숨과는 다른 표현이 가능합니다 가로등 불빛이 꺼져도 표현됩니다 여보세요, 이렇게 말입니다 발자국은 솔직해서 참 푸릅니다 나를 모른 체하지 않아서 푸르고 오월입니다 오월의 눈밭에서 나는 나의 감정을 믿지만 그리고 걷지만 누구의 귀에도 들리지 않는 솔직함일 뿐입니다 울 것 같다면 그것은 대상에 대한 마음이 깊지 않기 때문입니다 깊으면 울어지지 않습니다 다만 옳은 길을 걷고 있다면 울어집니다 미안합니다 말도 못 해보고 아프다면 감정을 잘 따라가고 있는 사람입니다 길에게도 나이가 있고 길에게도 체력이 있습니다 감정을 잘 따라가면 그 길은 피곤한 길이 됩니다 어쩌겠습니까 그런다고 어쩌겠습니까 발자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