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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신춘문예 (88)
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비를 심다 (외 1편) 신영조 비 내리는 오늘은 텃밭에서 당신을 나의 밭에 심었습니다 빗줄기 소리는 시원했습니다 당신을 심는 내 마음에 내내 뻐꾸기가 울곤 했습니다 내 속에 심은 당신이 행여 가뭄 들까 내 속에서 크는 당신이 행여 홍수질까 나의 둑에 갇힌 당신을 어제는 잠시 허물기도 했습니다 뙤약볕이 우리가 걸어간 밭을 쪼개어도 긴긴 장마가 우리가 지나온 길을 없애도 먹먹한 개구리의 기막힌 소식과 함께하면 밭둑에 혼자 서 있는 날도 바람 불지 않았습니다 돌아다봅니다 젖어있던 밭둑도 내일 아침이면 짱짱 장화의 뒤축에 눌린 젖은 날도 한결 가벼워질 것입니다 가죽나무 사이에 걸린 가죽 같은 건조한 날도 당신과 함께하는 밭둑에서 비를 한번 심는다면 잠시 메말랐던 퇴근길은 막걸리 잔 속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낼 것..
가라앉는 섬(외 1편) 신새벽 “이 처방전을 들고 절대 약국을 지나치지 마시오“ 의사는 내 눈동자를 들여다보며 명령하듯 말한다 미열처럼 권태로운 일상 테두리 부서지는 감정선들 은유의 사막화로 칭얼거리는 나에게 건네준 처방전 거대한 어항을 닮은 바다가 창문 넘어 일렁이고 중력이 비껴간 불가사리들이 하늘을 나는 약국 모든 은유가 진열된 그곳엔 초조와 불안을 잠재울 약들이 가득하다고 치자꽃 향기 나는 네루다*파스를 가슴에 붙이면 가라앉으려던 정서의 섬이 조금은 떠오를 거라고 동백꽃 문장들로 만든 환丸은 길고 긴 글자를 가지게 될 것이라는 처방 모호한 형체를 한 섬들이 떠다니는 진료실 호흡은 비상등처럼 깜박이고 검은 글씨로 빼곡한 처방전이 파르르 의사뒤편, 흐릿한 거울에 내 반쪽 얼굴이 비추고 있다 *칠레 시인..
김사인의 「아무도 모른다」 감상 / 김기택 아무도 모른다 김사인 나의 옛 흙들은 어디로 갔을까 땡볕 아래서도 촉촉하던 그 마당과 길들은 어디로 갔을까 나의 옛 개울은, 따갑게 익던 자갈들은 어디로 갔을까 나의 옛 앞산은, 밤이면 굴러다니던 도깨비불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런닝구와 파자마 바람으로도 의젓하던 옛 동네어른들은 어디로 갔을까 누님들, 수국 같던 웃음 많던 나의 옛 누님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나의 옛 배고픔들은 어디로 갔을까 설익은 가지의 그 비린내는 어디로 갔을까 시름 많던 나의 옛 젊은 어머니는 나의 옛 형님들은, 그 딴딴한 장딴지들은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 나의 옛 비석치기와 구슬치기는, 등줄기를 후려치던 빗자루는, 나의 옛 아버지의 힘센 팔뚝은, 고소해하던 옆집 가시내는 어디로 갔을까 나의 ..
석류 손택수 석류가 붉은 건 다 설명할 수 없다 석류는 천연 에스트로겐만도 아니고 여름의 소나기와 천둥과 뙤약볕으로 정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마치 당신에게 내가 이끌리는 이유처럼, 이유를 몰라도 좋은 이유처럼 그걸 그늘이라 부른다면 석류는 그늘로 살찐 과육이다 물론 그 또한 나의 해명에 지나지 않겠지만 적어도 석류를 사랑으로 외롭게 하지는 않겠다는 뜻 해마다 석류가 붉는 것은, 석류 앞에 내가 서 있는 것은 석류의 비밀을 너와 나누고 싶기 때문이다 풀고 풀어도 풀 수 없는 비밀을 함께 간직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고도 석류는 그저 석류이다 석류로서 투명하고 석류로서 충만할 뿐이다 침이 고이는 것들은 대체로 그렇질 않던가 ⸺계간 《시인시대》 2021년 가을호 ------------------ 손택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