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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씨앗을 받아들고 이기철 씨앗에서 열매까지의 길을 어린 나무는 처음부터 다 알고 있었다 이제 곧 겨울이 와 세상이 조그마해지면 나는 전기밥솥에 쌀을 안쳐놓고 그 위에 녹두콩 완두콩도 두어 개 띄워놓고 솥이 제 몫의 일을 하는 동안 좋은 세상이 어디쯤까지 와 머무는지 알아보러 동구 밖으로 나가보리라 샐비어 잎에 새똥이 마르고 도랑물소리가 발목에 감기리라 밤에는 흰 노트를 펼쳐놓고 내 지은 죄의 목록을 흑연으로 기록하리라 분노 한 사발, 증오 한 그릇, 사랑 한 대접, 노래 한 다발 그리고 부질없이 펴놓은 세상일들을 출석부의 이름 부르듯 불러들이리라 한랭 겨울, 흰 눈이 하는 일을 내 손이 맡으리라 손가락이 곱으리라, 마음이 헝겊처럼 펄럭이리라 ⸺계간 《시와 시학》 2020년 겨울호 ------------ 이..
후배의 전화: 뵙고 싶지만 코로나 좀 가시면 전화 올리겠습니다. 생각이 좀 다르지만 나도 그게 좋겠다고 했지. 코로나 거리 두기에다 눈병으로 혼술도 못하는 지금 덜 붐비는 찻집 하나 골라 그동안 덮인 마음 더께 함께 벗겨도 좋으련만. 작년 가을 만났을 때 그는 방금 백 나라에 다녀왔다고 으쓱해 했어. (으쓱할 만하지. 얼마 전까지 직장 갖고도 틈틈이 찾아간 나라가 백이 됐으니.) 백 나라라니! 인천 노을과 가까운 강화 노을도 다른데 적어도 백 개의 다른 노을과 노을마다 색다른 술맛을 즐겼으리. 모히토도 고장마다 조금씩 차이 나게 빚는다던데. 괭이갈매기들 정신없이 나는 강화 펄에만 가도 불현듯 바다 안개 몰려와 저녁해와 섬과 갈매기를 한꺼번에 삼키고 물소리만 남겨 저녁놀을 밑바닥부터 바꾸기도 하는데 나폴리..
내가 이 강에다 종이배처럼 띄워보내는 이 그리움과 염원은 그 어디서고 만날 것이다. 그 어느 때이고 이뤄질 것이다 저 망망한 바다 한복판일는지 저 허허한 하늘 속일는지 다시 이 지구로 돌아와 설는지 그 신령한 조화 속이사 알 바 없으나 생명의 영원한 동산 속의 불변하는 한 모습이 되어 내가 이 강에다 종이배처럼 띄워보내는 이 그리움과 염원은 그 어디서고 만날 것이다 그 어느 때고 이루어질 것이다 ㅡ 『그리스도 폴의 강』 (1994) 구상/ 1919년 9월 16일 서울 이화동 출생. 동서양의 철학이나 종교에 조예(造詣)가 깊어 존재론적·형이상학적 인식에 기반한 독보적인 시세계를 이룩한 시인. 현대시의 고비마다 강렬한 역사의식으로 사회현실에 문필로 대응, 남북에서 필화(筆禍)를 입고 옥고를 치르면서까지 지조..
쓰기는 하였으나 어느 작품에도 끼지 못하는 문장처럼 나는 밀립니다 꽃을 위해 푸르기만 했던 잎처럼 속절없습니다 장마철 빈집 거실에 놓인 마른 화분처럼 꽂아 둔 소설책의 서지정보처럼 버려지는 편지봉투처럼 놓여 있습니다 나는 당신의 내용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계간 《리토피아》 2020년 여름호 ------------- 이대흠 / 1968년 전남 장흥 출생. 1994년 《창작과비평》으로 등단. 시집 『물속의 불』『상처가 나를 살린다』 『눈물 속에는 고래가 산다』 『귀가 서럽다』 『당신은 북천에서 온 사람』, 장편소설 『청앵』, 산문집 『탐진강 추억 한 사발 삼천 원』 『이름만 이삐먼 머한다요』 『그리운 사람은 기차를 타고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