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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한국명시낭송 (18)
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세상의 모든 시 곽재구 나는 강물을 모른다 버드나무도 모른다 내가 모르는 둘이 만나 강물은 버드나무의 손목을 잡아주고 버드나무는 강물의 이마를 쓸어준다 나는 시를 모른다 시도 나를 모른다 은하수 속으로 날아가는 별 하나 시가 내 손을 따뜻이 잡는다 어릴 적 아기 목동이었을 때 소 먹일 꼴을 베다 낫으로 새끼손톱 베었지 새끼손톱 두쪽으로 갈라진 채 어른이 되었지 시가 내 새끼손톱 만지작거리며 괜찮아 봉숭아 물들여 줄게 한다 나는 내 시가 강물이었으면 한다 흐르는 원고지 위에 시를 쓰다 저녁의 항구에서 모여드는 세상의 모든 시를 읽을 것이다 ⸺ 시집 『꽃으로 엮은 방패』(2021. 2) / 계간 《문파》 2021 겨울호 재수록, ------------------ 곽재구 / 1954년 광주 출생. 1981년 ..
생물학적인 눈물 (외 2편) 이재훈 바람은 바닷물을 뒤집고 바닷물을 따라 물고기들이 솟구친다. 햇빛에 몸을 기울이는 수중식물이 바닷물끼리 부딪히는 협곡에 숨어 줄기에 공기를 불어넣는다. 몰락의 길에는 비상구가 없다. 오랜 사랑이 없고 도륙과 생존만이 물속의 시간을 지배한다. 맑은 하늘 아래 아이가 뛰어놀고 씨앗들이 바람을 따라 잉태하는 땅. 순수한 길을 걸었다는 어떤 시인의 추악한 옷가슴을 보았을 때 원시의 바다를 생각한다. 오직 생존만이 도덕인 바다의 꿈틀거림. 미래를 점칠 수 없는 계절이 계속되고 가장 알량한 회개가 마음을 헤집는다. 수면 위로 솟구쳐올라 바위에 온몸을 부딪치는 눈물벼락. 남몰래 땅속을 흐르는 물주머니가 천둥처럼 얼굴에 달라붙는다. 넙치 이른 비가 하늘을 덮는다. 바닥에 납작 엎드린다..
비를 심다 (외 1편) 신영조 비 내리는 오늘은 텃밭에서 당신을 나의 밭에 심었습니다 빗줄기 소리는 시원했습니다 당신을 심는 내 마음에 내내 뻐꾸기가 울곤 했습니다 내 속에 심은 당신이 행여 가뭄 들까 내 속에서 크는 당신이 행여 홍수질까 나의 둑에 갇힌 당신을 어제는 잠시 허물기도 했습니다 뙤약볕이 우리가 걸어간 밭을 쪼개어도 긴긴 장마가 우리가 지나온 길을 없애도 먹먹한 개구리의 기막힌 소식과 함께하면 밭둑에 혼자 서 있는 날도 바람 불지 않았습니다 돌아다봅니다 젖어있던 밭둑도 내일 아침이면 짱짱 장화의 뒤축에 눌린 젖은 날도 한결 가벼워질 것입니다 가죽나무 사이에 걸린 가죽 같은 건조한 날도 당신과 함께하는 밭둑에서 비를 한번 심는다면 잠시 메말랐던 퇴근길은 막걸리 잔 속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낼 것..
가라앉는 섬(외 1편) 신새벽 “이 처방전을 들고 절대 약국을 지나치지 마시오“ 의사는 내 눈동자를 들여다보며 명령하듯 말한다 미열처럼 권태로운 일상 테두리 부서지는 감정선들 은유의 사막화로 칭얼거리는 나에게 건네준 처방전 거대한 어항을 닮은 바다가 창문 넘어 일렁이고 중력이 비껴간 불가사리들이 하늘을 나는 약국 모든 은유가 진열된 그곳엔 초조와 불안을 잠재울 약들이 가득하다고 치자꽃 향기 나는 네루다*파스를 가슴에 붙이면 가라앉으려던 정서의 섬이 조금은 떠오를 거라고 동백꽃 문장들로 만든 환丸은 길고 긴 글자를 가지게 될 것이라는 처방 모호한 형체를 한 섬들이 떠다니는 진료실 호흡은 비상등처럼 깜박이고 검은 글씨로 빼곡한 처방전이 파르르 의사뒤편, 흐릿한 거울에 내 반쪽 얼굴이 비추고 있다 *칠레 시인..